별들이 넘실거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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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십취 藝苑十趣

StarCatcher 2016. 5. 18. 00:18

깊은 절에서 한 해가 저무는 날, 눈보라는 골짝에 흩뿌리고 차가운 밤기운에 스님은 잠들었을 때 홀로 앉아 책을 읽는 일.

봄과 가을 한가로운 날 높은 산에 올라 멀리 바라보니, 몸과 마음은 가뿐하고 시상이 솟아오르는 일.

굳게 닫힌 문에 꽃은 떨어지고 주렴 밖에선 새가 우는데, 술동이를 열자 그 정취가 읊고 있던 시구와 맞아떨어지는 일.

굽이도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어른과 젊은이 한자리에 모여 한 잔 마시면 한번 읊는데 어느새 시집 한 권이 만들어지는 일.

아름다운 밤 고요하고 맑은데, 밝은 달빛이 마루로 새어들고 부채 소리에 맞춰 글을 읽으니 소리 기운이 씩씩하고 힘 있는 일.

산과 시내를 돌아다녀 말도 고달프고 하인도 지치는데, 안장 위에서 쉬엄쉬엄 읊은 구절이 작품이 되어 호주머니 가득하게 되는 일.

산 속에 들어가 책을 읽어 목표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마음 가득 기쁘고 기운이 넘쳐나 붓놀림이 신들린 듯하는 일.

멀리 살던 좋은 친구를 뜻하지 않게 만나 그간의 공부를 자세히 묻고 새로 지은 작품을 외워 보라고 권하는 일.

좋은 글과 구하기 힘든 책을 친구가 갖고 있다는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 빌려와 허겁지겁 포장을 풀어 여는 일.

숲과 시내 건너편에 친한 친구가 살고 있는데 새로 빚은 술이 익었다고 알려 오며 시를 부쳐 화답하기를 요청하는 일.


김창흡의 《삼연집(三淵集)》 중 <예원십취(藝苑十趣)> 전문



개중에는 원대하고 성취감 가득한 즐거움도 있지만

(이런 말이 외람될 지도 모르겠으나) 대부분이 정말 귀엽고 소소한 즐거움들이다.


나의 열 가지 즐거움은 무엇인지 적어 보는 것도 좋겠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열 가지의 즐거움 정도는 확보해 두는 게 나를 위해서라도 좋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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