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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단상: 현상에 가려진 본질

StarCatcher 2018. 11. 20. 22:43



위 영상은 실제 임산부들이 대중교통의 임산부 배려석을 체험하는 영상입니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이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임신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누군가가 앉아있기도 하고, 양보를 요구했으나 거절 당하는 사례까지 있네요.

이 영상 아래에 딸린 댓글엔 정말 다양한 의견이 달렸는데 개중에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댓글도 보여서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답니다.

그런 와중에 이런저런 생각을 주절거려 보려 합니다.


요새 이런 영상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각박하면 이런 일을 두고 날선 논쟁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배려 대상이 아닌데 배려석에 앉아계시는 분, 그리고 배려 받아야 할 대상자들 모두 입장 차이가 이해가 돼요. 

'내 돈 내고 앉는데 배려를 왜 강요하냐',

'붐비는 지하철에 공석을 두는 건 비효율적이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차체에 오랜 시간 서있는 일은 건장한 사람에게도 피곤한 일지요. 특히 출퇴근 시간, 정말 다들 피곤하고 지친 상태로 남들과 부대끼며 가는데 누군들 앉지 않고 싶어 할까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노약자석이 부족해 일반석 42자리 중 딱 2자리만 빌린 거라고... 

노약자석 비워두는 문화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임산부석도 똑같이 비워두는 문화, 우리가 만들면 안 될까요?





한번 계산해 보았어요. 

열차 한 칸의 총 54자리 중 22%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양끝의 노약자석 12자리예요. 

전국에 장애인 등록인 수는 전체 인구의 5%입니다(2018년 기준). 물론 장애도 종류와 정도가 다양하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노약자이자 배려대상자입니다. 

그리고 65세 이상 인구, 즉 노인 비율은 14% 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입니다. 이 연세에 건강하신 분, 물론 계시겠지만 어쨌거나 배려대상자에 속합니다.

이외에도 유아동반자, 다치신 분, 짐이 많으신 분 등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노약자석을 필요로 합니다. 

자리가 모자를 수 밖에 없겠지요.. 

임산부석이 생겨난 배경 역시 노약자석이 포화 상태이며 사람들이 임산부를 배려를 하지 않는 문화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과거 산아제한정책 때 낙태와 피임을 권장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출산율이 최악인 요즘 같은 시대엔 임신을 장려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기조들이 '임산부석'을 탄생시킨 데 한몫을 하기도 하겠지요.



잠시 논지를 벗어났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사회적 약자가 자연스레 양보 받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요컨대 이들을 너그러이 이해하고 또 배려해 주는 문화가 생겨나길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출처 맘스매거진



임산부석의 취지는 초기임산부는 티가 나지 않아 양보 받기 어려우니 애초에 그들만을 위한 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겉으로 보기에 배가 부르지 않은 초기임산부는 80%가 메스꺼움, 구역질, 두통과 같은 입덧을 겪고 작은 물리적, 정신적 충격에도 유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영상에 나오듯 초기임산부는 티가 안 나 양보 요구도 어렵고, 그렇게 해서 막상 앉더라도 주위 눈치가 보인다고 하니 우리가 그냥 애초에 비워두면 이들이 다소 편하게 앉겠지요.



비워두는 것이 의무? 글쎄요. 그것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차라리 비워두는 걸 의무라고 말하기 보다 이들이 양보 받는 게 의무라고 말하고 싶어요.



물론 배려는 강요 되어선 안 돼요. 그건 다른 이름의 폭력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자신을 노약자임을 밝히고 자리 양보를 요구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다면, 또 개인적 사정으로 잠시 배려석에 앉아있던 것만으로 쉽게 주위의 욕을 먹는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사회를 살아갈 후손들과 뱃속의 아이는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유튜브 댓글을 쭉 내려읽다가 이런 글을 봤어요. 

'자신은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심한 평발이며 중심을 가누기 힘들어 버스에서 넘어질뻔한 적이 많았지만 항상 임산부석은 비워둔다'는 분이었어요. 본인도 힘든데 남을 먼저 생각한다는 게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이 진정 소외된 사회적 약자라고 느꼈어요. 


임산부가 왜 배려를 받느니, 남녀 가르기 따위의 소모적인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 이로 인해 잊고 있었던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에게 달을 보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손 끝만 보고 있었다는 얘기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현상에 가려진 본질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각박함과 여유 부족을 되돌아 보았으면 합니다.


더불어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요?

만약 저 분이 너무 힘들어 임산부석에 앉게 된다 해도 임산부석의 취지에 맞는 배려대상자이기에 저는 그 분 역시 배려 받아 마땅하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임산부석 위에 표시를 보면 몸이 불편한 사람도 이용 가능한 자리임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와 같은 이야기가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석(예컨대, 유아동반승객)이었다고 하면 지금 같은 논쟁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아니오. 분명히 이를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입니다.

절묘하게도 이번 사례는 '임산부'를 위한 배려석에 대한 이야기였고 남녀갈등이 정점에 치닫고 있는 요즘 상황, 삭막한 사회적 분위기 등과 맞물려 큰 마찰음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네, 임산부석 늘 비워주시고 개인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앉게 되더라도 임산부에게 비켜주세요.

그리고 임산부 여러분들, 눈치 보지 말고 임산부임을 밝히시고 그 자리에 앉으세요. 

거절 당하면 다른 임산부석 혹은 일반석에 계신 분에게 양보 부탁하세요. 분명 일어나 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제 의견을 얘기하자면,


사실은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임산부를 위한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보다는 기존의 노약자석을 증편하거나 혹은 노약자 칸을 새로이 만들거나 혹은 실제 임산부들만이 착석하도록 배려석에 벨이나 장치를 부착하거나 혹은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도록 택시비를 지원하든가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배려와 양보를 기대하는 건 다소 무리가 아닐까요... 

현실이지만 써놓고 보니 씁쓸합니다.

아예 노약자와 유아동반자를 위한 칸을 하나 마련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도 있던데 적극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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