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넘실거리는 바다
눈 나쁜 내가 라식/라섹을 안 하는 이유 본문
눈;
시각정보를 수집하여 뇌로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 감각기관.
오감 중 가장 민감하며 가장 인지능력이 강한 감각인 시각을 받아들이는 감각 기관.
노란 걸 노랗다, 파란 걸 파랗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감각기관.
때때로 마음의 창이라고 불리는 것.
.
.
.
내 눈은 아주 나쁜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안경을 쓰고 다녀야 할 정도의 시력이다.
내 눈이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4학년 무렵.
인터넷이 보급화되고 학교에서도 컴퓨터 쓰는 법을 가르치면서 방과후 집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졌고
더욱이 당시에 엄마께서 아프셔서 한동안 집에 계시지 않았는데 그런 아무도 없는 집에서 시간 때우기엔 인터넷이 제격이었다.
그 때부터 내 눈은 나빠졌다.
안경을 처음으로 맞춘 건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실시하는 시력 검사에서 근시 판정을 받아 안경을 맞췄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시가 없었는데 눈을 비비는 습관 때문에 나중에 왼쪽 눈엔 난시도 생겼다.
하지만 항상 안경을 쓰고 다니진 않았다.
안경이 너무 불편하고 안경 쓴 내가 못생겨 보여서 수업 시간에만 끼고 평소에는 일부러 끼지 않았다.
그래서 내 눈은 갈수록 더 나빠짐.....
고3 때까지도 안경을 끼고 다니지 않았다.
여전히 안경은 불편한 존재였고 나를 못생겨 보이게 만드는 존재였기에...
안경을 끼고 다니기 시작한 건 대학교 1학년 때부터다.
그것도 2학기 때부터.
1학년 1학기, 외모에 관심 많은 풋풋한 새내기는 안경 쓰고 다니는 게 싫었기 때문(단순).
대신에 그 때는 콘택트렌즈를 꼈는데 사실 돈도 없어 저렴한 걸 껴서 그런지 눈이 너무너무 뻑뻑했다. 몇 시간 후면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였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 비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불면증으로 인해 밤에 늦게 잠드는 습관 때문에 안구건조증도 진행 중이어서 렌즈는 정말 나랑 맞지 않는단 걸 몸으로 실감했었더랬다.
그래서 그냥 안경을 끼기 시작했다. 이게 지금의 나다.
근데 왜 시력 교정술을 받지 않느냐구?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수술의 부작용을 감당하기에 리스크가 커서.
사실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쓰는 불편함은 생각보다 크다.
옆으로 못 눕지, 안경코 자국 남지, 가끔 안경에 김 서리지, 그래서 마스크 못 쓰지, 캡모자 앞으로 푹 눌러 못 쓰지, 안경알과 안경테에 따라 시야 좁아지지, 안경이 어울리지 않는 룩에도 써야하지, 등등...
그래서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라식/라섹을 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 신세계가 열린다는 후기가 많다.
사실 꼼꼼하게 사전조사해서 잘 하는 병원, 잘 하는 의사한테 수술 받으면 부작용이나 의료 사고의 확률도 확실하게 낮출 수 있다.
라식/라섹은 각막이 두꺼운 사람은 두 번도 받을 수 있단다.
나도 맘 같아선 그냥 수술 받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안경은 정말 안 쓸 수 있으면 안 쓰는 게 최고다.
아니면 돈 많이 모아서 좀더 안전한 렌즈삽입술 고려해 볼 수도 있다.
근데 난 안 할거다.
왜냐고?
리스크도 리스큰데.. 사후 각막 기증을 하기 위함이 더 크다.
사후 각막 기증이란?
말그대로 내가 죽으면 각막이 필요한 이에게 내 각막을 기증하는 것.
언제 어떻게 죽을지는 모르겠는데... 어차피 죽을 몸뚱아리로 좋은 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
2014년, 지하철에서 우연히 본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 광고를 통해 온라인 서약을 그 자리에서 바로 했었다.
(원래는 사전에 가족과 충분히 협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서약시 가족이 동의를 했어도 막상 기증 가능한 시점에서 가족들이 안구 적출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
난 우리 가족들에게 거의 통보 식으로 말했다ㅋㅋㅋㅋㅋ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다행히도 부모님 모두 오케이 하심.
참고로 사후 6시간 이내에 안구 적출 해야 한다.
안구 적출 후 낭(주머니)에는 의안이나 보형물을 넣어 외관상 차이가 없게끔 조치한다고 하니 겁먹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각막 기증은 난시, 근시, 원시, 색맹에 상관없이 할 수 있다.
(생후 6개월에서 98세까지의 건강했고, 간염, 에이즈, B형, C형 간염, 활동성 패혈증, 백혈병, 임파종, 각종 전염성 질환이 없다는 가정 하에)...
허나, 라식을 받은 각막은 절대 기증할 수 없다.
각막은 약 10mm 정도로 작지만 이래 봬도 5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하나라도 손상되면 각막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
라식에는 '각막 절삭' 과정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라식은 각막 기증 여부를 떠나서 누가 돈 줘도 안 할거다... 넘나 리스크 큰 것..)
그렇다면 라섹과 렌즈삽입술은 어떨까?
일단 라섹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각막을 건드리는 수술을 받았다면 기증 불가.
렌즈 삽입술은 각막을 건드리지 않는 시력교정술이지만, 수술 후 각막 내피 세포가 감소되었거나 각막 부종이 생겼다면 기증 불가.
각막 부종같은 경우는 수술 부작용인데, 이 경우는 각막 기증은 커녕 병까지 얻게 된 셈이다.
라식, 라섹을 받은 사람이라면 많이들 겪는 부작용, 안구건조증. (난 이미 안구건조증이 있음)
렌즈삽입술 받고 한동안 눈 비비면 안됨. (잘 때 무의식적으로 비빌까봐 겁남)
이외에 눈부심, 혼탁 등 합병증을 고려하면 그냥 맘 편하게 안 하는 게 낫다는 게 내 결론.
그래서 시력교정술 안 받는 안과 의사들이 많은 것 같기도.
왜냐하면 만에 하나라도 까딱 잘못되면 부작용 얻고, 안과술이 고도로 정밀한 수술인만큼 시력에 장애가 생기면 앞으로 의사 일도 못하게 되니까.
그리고 이제는 안경을 안 쓰는 게 더 못생겨 보일 정도로 안경이 익숙하고 어울린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안 하는 김에 각막도 기증하니 더 좋은 거지.
고로 모두들 각막 기증합시다~!
http://www.donor.or.kr/sub/organ/cornea_donation/101112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서약 가능함.
옛날에 방영했던 'MBC 느낌표, 눈을 떠요!' 프로그램에 나왔던 한 사연자.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 어머니의 곁을 지키는 효자, 종건이.
빛을 보여주는 일이 이렇게나 큰 영향력을 가진 일임..
'본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귀한 일인지 새삼스럽다.
'일상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이버 블로그와 티스토리 동시 운영 (2) | 2017.03.22 |
---|---|
나의 생애 첫 무선마우스는?! 로지텍 무소음마우스 M331 (0) | 2017.03.22 |
역사의 날,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0) | 2017.03.11 |
국뽕에 취한다 크으으으 (0) | 2017.03.04 |
요즘 읽는 책 (0) | 2017.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