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넘실거리는 바다

백화점 동물원 체험 2시간, 당신은 무엇을 느끼셨나요? 본문

공유하고 싶은

백화점 동물원 체험 2시간, 당신은 무엇을 느끼셨나요?

StarCatcher 2015. 6. 8. 12:49

슬로우뉴스 원문 

http://slownews.kr/41882?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slownews%2Fculture+%28%EC%8A%AC%EB%A1%9C%EC%9A%B0%EB%89%B4%EC%8A%A4+%C2%BB+%EB%AC%B8%ED%99%94%29


백화점 동물원 체험 2시간, 당신은 무엇을 느끼셨나요?

필자: 이명주 작성일: 2015-06-05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엄마, 아빠, 연인들도 반갑습니다! 여기는 부산의 N 백화점 ㅈ 실내동물원입니다. 이제부터 ‘동물체험’을 시작할 건데요. 동물원에 이미 여러 번 와본 친구도, 이번이 처음인 친구들도 있죠? 하지만 모두 잘 보아야 해요. 이번엔 정말로, 동물원 동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자세히 볼 거니까요!





“짝짝짝짝” “짝짝짝짝”

1. 코아티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네요. 우리도 얼른 가보아요. 아, 코아티란 동물입니다. 사육사가 다 같이 박수를 치면 녀석들이 나무를 탈 거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자 박수! …… 시간이 좀 걸렸지만 정말 두 마리 코아티가 그물을 타고 공중다리까지 건넜습니다. 공중다리 끝으로 가면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니 원하시는 분들은 이동.

동물쇼 관람 후 먹이주기 체험…정말로 동물을 알 수 있나요?

동물쇼 관람 후 먹이주기 체험…정말로 동물을 알 수 있나요?

간단한 공연이었지만 재밌으셨나요? 먹이 주기 체험도 했으니 그럼 한 가지 물어볼게요. 여러분, 코아티란 동물에 대해서 무엇을 알게 되셨나요? 코아티가 원래 어디에 사는지, 어떤 본성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가 처음 서 있던 곳에 안내문이 있었는데요. 코아티의 고향은 멕시코와 남아메리카의 숲이랍니다. 자연 속에서 이들은 동족들과 무리를 지어 산다는군요!

2. 사막여우와 프레리독 

동물원의 사막여우와 프레리독

동물원의 사막여우와 프레리독

자, 지금 만나고 있는 동물은 사막여우와 프레리독이에요. 낯설지 않죠? 보다시피 작고 귀여운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사막여우 두 마리는 피곤한지 따분해서인지 창가에 웅크리고만 있습니다. 프레리독들은 아까부터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가와 투명한 우리 벽을 계속해 앞발로 긁어대고 있는데요. 왜 저러는 걸까요?

이번에도 안내문을 참고해볼까요? 사막여우의 고향은 사막. 그중에서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이군요. 얇고 큰 귀, 길고 두꺼운 털은 사막에서 잘 살 수 있게 진화한 거래요. 프레리독은 아메리카의 넓은 초원에서 왔고요. 주로 낮에 활동하지만, 생활은 땅굴을 파서 그 속에서 무리와 함께 한다는군요.

3. 스컹크와 카피바라

동물원의 스컹크와 카피바라

동물원의 스컹크와 카피바라

이번에는 ‘나프탈렌’이란 이름의 스컹크와 최근에 이곳 동물원에 왔다는 카피바라입니다. 하얀 스컹크는 저도 처음 보는데요, 너무 창백해 보이는 데다 꿈쩍도 안 해서 살짝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사실 스컹크는 야행성 동물이라 잠을 자는 거래요. 주변이 밝고 소란스러운데 그다지 방해를 받는 것 같진 않네요. 정말 괜찮은지는 스컹크만 알겠지만……

카피바라 두 마리는 아직 주변이 아주 낯선 것 같죠? 이들의 고향은 남아메리카 파라과이와 브라질의 남부. 물과 육지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고 아침과 저녁에 주로 활동한다는군요. 이들도 프레리독과 마찬가지로 가족 단위로 무리 지어 산대요. 수컷과 암컷, 그들의 새끼들과 함께 말이지요. 그렇다면 지금 여기 와 있는 두 마리 카피바라의 다른 가족들은 어디 있을까요?

4. 아나콘다와 상어

동물원의 아나콘다와 상어

동물원의 아나콘다와 상어

영화에서 봤던 아나콘다와 ‘죠스’로 유명한 상어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거대하고 사납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요. 위에 옐로우 아나콘다는 아나콘다 중에서도 소형종인데, 이래 봬도 다 자라면 몸길이가 최대 4.6m나 된다는군요. 상어는 ‘블랙팁 샤크’라는 종인데 역시 성체는 지금의 네다섯 배 크기인 1.5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합니다. 저만 그럴까요? 옐로우 아나콘다가 있는 유리관 벽면에 ‘아나콘다는 물을 좋아해 수영을 참 잘한다’는 설명이 있지요. 하지만 지금 이곳을 보세요. 고작 세숫대야 크기의 수조가 전부입니다. 바다가 고향인 상어에게 역시 수족관은 좁아도 너무 좁아 보이네요. 물론 사람이 만든 동물원이 자연과 같을 수 없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은데요?

5. 인공부화기 속 달걀과 토끼 

인공부화기 속 달걀과 좁은 우리 속 아기 토끼들

인공부화기 속 달걀과 좁은 우리 속 아기 토끼들

여기는 ‘생명 탄생실’이자 ‘포육장’입니다. 인공부화기 속에 달걀이 있네요. 음, 미안하지만 찜질방 같은 곳에서 흔히 봤던 온열기 속 찐 계란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운이 좋으면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를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갓 태어날 병아리들에겐 절대 운이 좋다 말할 수 없겠네요. 태어나 처음 보고 느끼는 곳이 엄마 품이 아닌 이런 기계 안일테니까요.

옆에는 지난 3월 23일에 태어났다는 새끼 토끼들이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다섯 마리 토끼가 지내기엔 너무 좁아 보이는데요. 동물원 안에서나마 더 넓고 개방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게 해줄 수 없을까요? 여러분들이 동물원 측에 요청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요. 보고 있는 제 마음이 다 답답하네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6. 과일 박쥐와 슈가 글라이더

동물원 과일 박쥐와 슈가 글라이더

동물원 과일 박쥐와 슈가 글라이더

자, 이번엔 과일 박쥐와 슈가 글라이더입니다. 둘 다 야행성 동물이고요. 자연에서는 꽃의 꿀이나 가루, 과일 등 신선한 먹이를 주식으로 하는 것도 닮았네요. 낮에는 동굴이나 나무의 빈 구멍 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매우 먼 곳까지 날아다니는 것도 같고요. 하지만 지금 있는 공간에선 날기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야행성인데 사방에 밝은 조명이 켜져 있고요.

7. 라쿤 

이제 2시간의 관람 시간이 끝나갑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눈치채셨어요? 아까 봤던 스컹크 옆에 있는 라쿤 말인데요. 우리가 여기 처음 왔던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 안을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안내문엔 ‘자유의 영혼’이라 적혀 있는데요. 성격이 너무 자유분방해서일까요?

아니에요.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서 좌우로 계속 이동하는 등의 반복 행동은 일종의 ‘정신병’ 증세입니다. 동물원 동물 중 다수가 보이는 이상행동이기도 한데요. 너무 단조롭고 좁은 공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앞서 자꾸만 우리 벽을 긁어대던 프레리독의 행동도 같은 이유일 듯하고요. 반대로 미동 없이 가만있는 것 또한 같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제 동물 체험 마칠 때, 여러분 어떠셨나요? 

자, 이제 ‘동물 체험’을 마칠 때입니다. 본 N 백화점 ㅈ 실내동물원의 동물체험 목적은 다음과 같다고 하네요. 같이 한 번 볼까요?


‘사진의 기억보다 가슴에 기억되는 감동’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동물 친구들과 안심하고 만날 수 있는’

'동물체험'을 통해 정말로 동물과의 교감을 하셨나요?

‘동물 체험’을 통해 정말로 동물과 교감 하셨나요?

여러분, 이곳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보고 만지면서 감동 많이 하셨나요? 미처 몰랐던 생명의 소중함도 깨달으셨고요? 정말 동물들을 ‘동물 친구’라 할 만큼 그들을 잘 알게 되셨나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해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면, 그 답을 동물원 측에 전달해주세요.

우리에겐 하루지만, 동물들에겐 매일인 그곳의 삶을 위해서.




'우리에겐 하루지만, 동물들에겐 매일인 그곳의 삶을 위해서'

굉장히 확 와닿는 말이다.

평소에 동물을 좋아하고 또 학교 근처에 어린이대공원이 있는지라 동물원을 자주 가는 편인데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함이 늘 자리했다.

영문도 모르는 채 잡혀 들어와 죽을 때까지 그 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혹은 태어나서부터 그곳이 모든 세상인 줄 알고 살아가는 아이들.

넓은 의미의 '학대'가 아닐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권한은 정말 신이 우리에게 내려주신 특권일까, 아니면 그저 인간이 자연과 동물이 이용하기 위해 만든 명목에 불과한걸까?

어찌됐든 확실한 건, 동물원의 동물들을 가둘 수 있는 권리가 단순히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그 많은 동물들 중 한 두마리 가져온 게 대수는 아니라고, 또 교육적인 측면도 있다고 주장하는 논지는 분명 뭔가 부족하다는거다.


'동물원'의 사전적 정의.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각지의 동물을 관람시키는 곳. 동물의 보호와 번식, 연구를 꾀하고 일반인에게는 관람을 통하여 동물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동물에 대한 애호 정신을 기르면서 오락 및 휴식을 제공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동물을 모아 기른다. (네이버 국어사전)


'연구를 꾀한다'? 

자연의 환경이 아닌 인위적인 환경에서 무슨 연구 결과를 얻어낸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실제 야생과는 다를텐데...

'애호 정신을 기른다'?

정해진 좁은 장소에서 시시각각 외부인의 관심을 상대하는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 아닐까. 그런 동물들을 '애호'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실제 동물원에 가면 위의 라쿤의 동영상에도 나타나있듯이 이상행동을 하는 동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말 불쌍해'라는 말밖에 안나온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동물원에 갔을 때 아이들이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조용히 관람하고 얼른 자리를 뜨는 것말곤 없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