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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후기

뮤지컬 체스를 보고 오다!

StarCatcher 2015. 7. 13. 18:36



이게 웬일이람?

이벤트에 당첨되어 난생 처음 뮤지컬을 볼 기회가 생겼다.


캐시슬라이드 이벤트에 응모해 당첨된 경우가 이번으로 두번째인데

매번 느끼지만 캐시슬라이드는 정말 좋은 회사인 것 같다..

사심도 없고 정직한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저번에 당첨된 게 무엇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하여간 그 때도 지금처럼 기대평이나 사연을 정성스레 쓸수록 당첨확률이 높아진대서

열심히 써냈던 기억이 있다.


뮤지컬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와 나의 사연을 구구절절 써냈더니

뽑아주셨다ㅋㅋ





7월 12일 저녁 7시 자 스케줄은

아나톨리 역은 샤이니의 키

프레디 역은 이건명 씨

플로렌스 역은 이정화 씨

몰로코프는 김장섭 씨

월터 역은 박선효 씨였다.



티켓박스에서 공연시작시간 한시간 반 전부터 티켓팅을 했는데

초대권 역시 한시간 반 전에 맞춰 가면

VIP석을 받을 수 있었다.

원래는 R석이었지만 말이다.




체스는 완전 문외한인지라 줄거리를 대략 살펴보기로 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이념 대결이 한창이던 냉전시대, 체스 세계 챔피언쉽이 열리는 방콕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챔피언 프레디와 러시아 챔피언 아나톨리는 그들을 둘러싼 세상의 관심속에서 뜨거운 신경전을 벌인다.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운 미국과 러시아의 체스 매치. 과도한 언론의 취재열기 속에서 양국 선수간의 대립은 점점 더 감정적으로 변질된다. 프레디의 조수인 플로렌스는 자유분방한 프레디의 태도에 지쳐가던 중, 아나톨리에게서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러시아 체제 속에서 아무것도 뜻대로 할 수 없었던 아나톨리 또한 플로렌스를 통해 자유에 대한 갈망을 깨닫는 한편,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결국 미국으로의 망명을 결정한 아나톨리는 플로렌스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는데... 
8주 후, 세계챔피언쉽 경기가 이어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재회한 아나톨리, 프레디, 그리고 플로렌스. 그들의 앞에는 정치적 간계와 냉전 시대의 이념 싸움이 난무하는 새로운 게임이 펼쳐진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체스보드 위에 선 이들의 운명은 어디로 향해 가는 걸까. 배신과 야망 속에 체스는 계속된다.



그러하다...

체스하는 방법을 몰라도 되는 내용이었다..




극장 내부는 촬영 불가라 다른 사진은 없지만

소소하게 관람평을 써보자면,



태어나 처음 본 뮤지컬이라 이런 게 바로 뮤지컬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볼거리도 많고 들을 거리도 많아 만약 내가 13만원을 낸다고 해도 아깝지 않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게 뮤지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케스트라의 훌륭한 연주

딱딱 맞아 떨어져 들어오는 무대장치

세심한 소품들

배우들의 열연

배우들의 시원시원한 가창력

수많은 출연진들의 연기와 춤사위

쾌적한 객석

뒤에서 분주히 일하고 있을 스텝들

누구보다 고심했을 연출가

등..


10만원을 호가하는 티켓 요금이 납득이 갔다.



총 2부로 진행되었는데 1부는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워 지루할 틈이 없었다면

2부는 다소 뻔하고 루즈했으나 결말이 약간 충격적이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



(여기서부터 스포주의)


뮤지컬 체스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역사적 배경지식이 필요했다.


1956년에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에서 일어난 헝가리 혁명은 소련의 지배하에 이루어진 공산당 독재 체제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소련의 간섭에서 벗어나 중립화를 실현하고자 했던 운동이었다.


여자 주인공 플로렌스는 헝가리 태생으로 헝가리 혁명으로 인해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리고 미국인 체스 선수 프레디의 조수로 활동한다. 


1988년, 프레디는 러시아 선수인 아나톨리와 프레디와의 체스 경기를 갖게 된다.

이것은 단순 체스 게임이 아닌 러시아와 미국의 자존심 대결이 되어 정치색을 띤 경기로 변모해 간다.

특히 프레디의 스폰서인 월터는 프레디와 공모해 경기 중 교란 작전을 짜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프레디를 대신해 사과를 하던 플로렌스는 아나톨리와 눈이 맞아 사랑에 빠진다.

프레디와는 다르게 러시아의 속박된 삶을 살아가는 아나톨리에게서 연민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아나톨리는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러시아 체제로부터 벗어나 미국으로 망명해 플로렌스와 함께 떠난다.


한편, 아나톨리와의 경기로부터 패배를 맛보고 조수인 플로렌스 마저 빼앗긴 프레디는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된다.

극 중 프레디의 과거를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연출이 신박하다고 생각했다.

기자 앞에선 '이상적인 과거'를 말하지만 

프레디는 가슴 아픈 상처뿐인 과거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의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성격은 그런 과거로부터 자신을 감추기 위한 방어적 기제였으리라.



헝가리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아나톨리와 플로렌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한다.

아나톨리의 아내인 스페틀라나가 나타난 것이다.

그랬다. 아나톨리는 유부남이었다. (하..뭐냐)

하지만 스페틀라나는 남편의 외도를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당시엔 남자가 아내를 두고도 정부를 만드는 경우가 꽤 있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8주 후, 체스 챔피언십 대회에서 프레디와 아나톨리의 경기가 재개된다.

프레디 스코어 3, 아나톨리 스코어 5로 아나톨리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아나톨리의 감시자였던 몰로코프는 프레디의 스폰서인 월터를 만나 음모를 꾸민다.

몰로코프의 목적은 아나톨리를 러시아로 다시 데려오기 위함이었고

월터의 목적은 프레디의 수모를 되갚아줄 겸, 몰로코프를 통해 지갑도 두둑히 할 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후자가 더 크다)


일단, 몰로코프는 아나톨리에게 접근해 러시아 본국에서 당신의 여론이 매우 안 좋다며 러시아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겁을 준다.

또 그의 본처인 스페틀라나의 힘든 상황을 강조해 아나톨리로부터 돈을 받아내 그녀에게 전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낸다.


그 다음으로 플로렌스에게 접근해 그녀의 아버지를 찾았다며 만나볼 것을 제안한다.

사실 그 아버지는 고용된 배우에 불과했다.

플로렌스는 헝가리 태생이지만 4살 때 미국으로 망명해 헝가리어를 할 줄 몰랐다.

플로렌스와 아버지 이 둘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이 중년의 아저씨가 어린 여자아이의 사진을 가지고 있고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어 어렵게 모셔왔다는 거짓말을 보태면 이를 믿지 않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아버지를 만나 감격스러우면서도 슬픈 상황에 몰로코프는 플로렌스에게 돈을 내민다.

아나톨리가 스페틀라나에게 전해 준 돈인데 그녀가 받지 않겠다고 하니 돌려주라며 말이다.

딱봐도 이간질하는 모습이다.


플로렌스와 아나톨리는 서로 불안정한 감정을 가지고 만나 대화한다.

플로렌스는 아나톨리에게서 불확신을 느끼고

아나톨리는 러시아로 돌아가야 하나 갈등하는 상황에서 플로렌스의 추궁으로 인해 지겨움을 느끼고 다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프레디와의 경기 역시 막판에 여러가지 안 좋은 일이 겹쳐 컨디션 난조로 패배하고 말았다.



극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공항에서 플로렌스와 아나톨리는 결국 각자의 길을 떠나기로 한다.

러시아행 비행기로 향하는 아나톨리의 뒷모습을 보던 플로렌스는 어쩐지 미련이 남아 잡아보려 하지만 그는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늦었다.


그리고 나타난 월터.


월터는 사실 그녀가 만난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아니었음을 아무렇지 않게 알려준다.

충격을 받는 그녀.

그리고 사실 우리가 체스 말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야말로 체스 말에 불과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져주고 월터는 사라진다.


처음부터 모든 것은 냉전 시대, 거대한 배후 세력 아래 진행된 게임의 일부였고

본인들이 체스 말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는 그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우리 인생도 어쩌면 마찬가지다.

우리는 각자의 의지대로 살아간다고 여기지만

마치 누군가 조종하듯이 마치 뒤에 거대한 음모 세력이 도사리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정치나 경제같은 국가적 차원의 일을 다룰 때 더욱 그렇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주창할 때 기업가 정신을 위대한 것으로 여기고

무한경쟁시대가 도래한 지금 역시 남을 제치는 것을 잘한 일로 여기고 뒤처지는 일은 게으른 일로 치부한다.

그러나 가끔은 '힐링'이 필요하며 남을 돕는 일 역시 귀한 일로 여겨지지만

이 휴식과 봉사가 끝나면 사회는 끊임없이 '달릴 것'을 채찍질한다.


우리가 각자의 의지와 가치를 갖고 움직인다고 여기지만

사실상 그 기저는 국가나 단체가 정한 이념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거나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위인 것이다.

어려서부터 학습받고 사회,국가적 이념을 그대로 답습한 사람들과 문화를 보고 자란 우리는 고정된 가치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가 않다.

머리로는 이를 안다고 해도 실천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임을 우리는 안다.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지금도 (그 자유가 자유가 아니지만) 벗어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과거에는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이었을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결말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체스 말이고 싶지 않지만 왠지 그게 사실일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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